
어떻게 바닷속 가라앉은 돌이 돈이 되었나
바다 밑에 가라앉아 아무도 본 적 없는 돌. 그 돌이 한 가족의 재산이었습니다.
- 얍섬의 돈은 구멍 뚫린 거대한 돌 라이
- 돌은 그대로, 주인만 바뀌었다
- 가치는 크기보다 운반에 얽힌 이야기
- 쉽게 얻은 돌은 가치가 떨어졌다
- 돈의 본질은 물건이 아니라 신뢰
1. 태평양의 섬, 길가에 선 돈
미크로네시아 연방의 얍섬. 마을 길가에 구멍 뚫린 돌 바퀴가 줄지어 서 있습니다.
섬사람들은 이 돌을 라이라고 부릅니다. 작은 것은 손바닥만 하고, 큰 것은 지름이 3미터를 넘습니다.
이 돌은 얍섬에서 나지 않습니다. 약 400킬로미터 떨어진 팔라우의 석회암을 깎아 온 것입니다.
가운데 구멍에는 나무 막대를 끼웠습니다. 여러 사람이 막대를 어깨에 메고 돌을 날랐습니다.
신기한 점은 거래 방식입니다. 주인이 바뀌어도 돌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마을 사람 모두가 누구의 돌인지 기억했습니다. 공동체의 기억이 곧 장부였던 셈입니다.
라이는 장보기용 돈이 아니었습니다. 결혼, 땅 거래, 화해의 선물처럼 중요한 순간에 쓰였습니다.
섬에는 지금도 많은 돌이 남아 있습니다. 마을 광장에 돌을 모아 둔 곳도 있습니다.
2. 바닷속 돌도 재산이 된 이유
돌을 얻는 길은 목숨을 건 모험이었습니다. 카누로 수백 킬로미터의 바다를 건너야 했습니다.
팔라우에서는 몇 달씩 바위를 깎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폭풍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운반 중 희생자가 나온 돌은 더 귀하게 여겨졌다고 전해집니다. 돌마다 고유한 역사가 있었던 셈입니다.
| 가치 기준 | 내용 |
|---|---|
| 크기 | 클수록 귀함 |
| 가공 | 매끄러운 다듬기 |
| 운반 이야기 | 고난이 클수록 귀함 |
| 출처 | 누가 가져왔는가 |
1910년 출간된 퍼니스의 책에는 기묘한 일화가 나옵니다. 돌을 싣고 오던 뗏목이 폭풍을 만나 돌이 가라앉았습니다.
함께 있던 사람들이 돌의 크기와 품질을 증언했습니다. 섬사람들은 그 돌의 가치를 그대로 인정했습니다.
돌이 어디에 있든, 모두가 주인을 알면 그것은 돈이었다.
그 가족은 본 적 없는 돌 덕분에 부자로 대접받았다고 전해집니다. 중요한 것은 모두의 인정이었습니다.
3. 오키프의 돌과 섬의 인플레이션
1871년, 아일랜드 출신 미국인 선장 데이비드 오키프가 얍섬 근처에서 난파했습니다.
당시 유럽에서는 코코넛을 말린 코프라가 기름 원료로 인기였습니다. 하지만 섬사람들에게 서양 돈은 별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는 범선과 쇠 도구로 팔라우의 돌을 대량으로 실어 왔습니다. 그 돌을 내주고 코프라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섬사람들은 그의 돌을 옛 돌만큼 귀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고난 없이 얻은 돌에는 이야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일종의 인플레이션으로 해석합니다. 돈이 쉽게 늘면 가치가 떨어진다는 원리입니다.
오키프는 1901년 항해에 나섰다가 바다에서 실종됐습니다. 그의 삶은 훗날 할리우드 영화로도 만들어졌습니다.
4. 검은 십자가와 프랑스의 금
1899년 이 섬을 사들인 독일은 길을 고치라고 명령했습니다. 섬사람들은 따르지 않았습니다.
벌금을 매기려 해도 재산은 무거운 돌뿐이었습니다. 압수해 옮길 방법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관리들은 값진 돌에 검은 십자가를 칠했습니다. 돌은 그대로였지만 사람들은 가난해졌다고 느꼈습니다.
섬사람들은 서둘러 길을 고쳤습니다. 십자가가 지워지자 다시 부자가 됐다고 기뻐했다고 전해집니다.
밀턴 프리드먼은 1991년 논문에서 이 일화를 1930년대 프랑스의 금과 나란히 놓았습니다.
그 금은 뉴욕 연방준비은행 금고에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프랑스 몫이라는 표시만 붙었습니다.
| 구분 | 얍섬 | 1930년대 금 |
|---|---|---|
| 대상 | 라이 돌 | 금괴 |
| 이동 | 없음 | 없음 |
| 바뀐 것 | 십자가 표시 | 장부 표시 |
| 결과 | 가난해진 느낌 | 금 유출 공포 |
그런데도 미국에서는 금이 빠져나간다는 공포가 퍼졌습니다. 프리드먼은 이것이 은행 불안을 키웠다고 봤습니다. 물론 이는 그의 해석입니다.
5. 우리 통장 속 숫자도 라이다
오늘날 돈의 대부분은 은행 서버 속 숫자입니다. 월급이 들어와도 실제로 오가는 지폐는 거의 없습니다.
얍 사람들이 마을의 기억으로 하던 일을 지금은 은행의 컴퓨터가 대신합니다.
그래서 얍의 돌은 블록체인의 먼 조상에 비유되기도 합니다. 다만 두 제도가 같다는 뜻은 아닙니다.
돈 = 물건이 아니라 모두가 믿는 기록
믿음이 무너지면 금도 돌이 된다
- 돈의 가치는 신뢰에서 나온다
- 쉽게 늘어난 돈은 믿음을 잃는다
- 표시 하나가 부를 바꿀 수 있다
결국 돈을 지키는 것은 금속이나 돌이 아니라 신뢰입니다.
지금 얍섬은 미국 달러를 쓰지만, 라이는 결혼이나 땅 거래 같은 의식에서 쓰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무렵 많은 돌이 부서지거나 사라졌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남은 돌은 지금도 길가를 지킵니다.
이 글의 일화 일부는 전해지는 이야기이며, 해석은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이 글은 특정 자산의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